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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주능선에서 야영하며 오른 오서산 산길

월간산
  • 입력 2006.09.11 13:20
  • 수정 2006.09.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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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산에 올라 즐긴 시원한 여름밤

▲ 주능선 상에 설치한 막영지.
▲ 주능선 상에 설치한 막영지.

8월은 연중 가장 더운 달이다. 장마가 끝나면 7월 말부터 여름휴가 러시를 이루고 8월 중 20일 가량은 열대야에 시달려 밤잠을 설치곤 한다. 보통 열대야의 저녁에도 자전거를 즐기는 라이더라면 이열치열의 마음으로 인근 산에 오르며 땀을 흘린다.

야간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는 보통 아주 성능이 좋은 라이트를 가지고 있다. 라이트가 좋으면 야간에 산속에서 라이딩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또 아무리 늦은 밤이라 해도 산속을 1~2시간이면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라이딩을 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멋진 야경을 보며 야영을 즐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깊은 산이 아니더라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곳이라도, 조금 템포를 죽여서 야영 라이딩의 맛을 느껴 보고 싶어졌다. 한번쯤 슬로 템포의 라이딩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야영 라이딩을 즐기는 데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 중 제일 큰 문제가 배낭의 무게였는데, 이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줄여서 라이딩에 지장을 주지 않게 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매트리스, 침낭, 텐트, 식량 등을 10리터 배낭에 모두 싸야 한다.

참고로 MTB를 탈 때 배낭의 무게가 허리에 무리를 주면 안 된다. 자전거 타기는 허리에서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하는 다리의 근육운동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허리에 별도의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자전거 타기에 지장을 준다.

그리고 배낭의 크기 역시 문제였다. 라이딩을 할 때는 반드시 헬멧을 쓰는데, 보통 헬멧은 에어로 스타일로 만들어 앞뒤로 약간씩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라이더가 자전거를 컨트롤하는 자세를 제대로 잡으면 고개가 약간 위쪽으로 젖혀지는데, 이 때 배낭이 높으면 헬멧이 배낭에 닿게 된다. 그래서 배낭의 높이는 어깨선에 맞추는 것이 적당하다. 또한 배낭 옆이 튀어나오면 주변 나뭇가지에 방해를 받게 되어 그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한다.

날씨만 좋다면 텐트는 타프로 대체해도 되고, 여름철 라이딩이니 침낭은 침낭커버 정도로 대체하면 되고, 음식은 조리해야할 필요가 없는 도시락이나 빵류로 해결하면 된다. 매트리스는 반드시 가지고 가야하는데, 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배낭 바깥부분에 적당히 묶는다. 가능하면 세로로 묶는 것이 좋다.

혹자는 자전거 뒤에 짐받이를 만들면 쉽게 해결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악자전거는 운동성, 활동성, 역동성을 중요시하므로 장거리 여행이 아닌 경우 짐받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짐은 가볍게, 허리 누르지 않도록 꾸려야

▲ 정암사 진입로와 오서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임도 갈림길.
▲ 정암사 진입로와 오서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임도 갈림길.
이번 라이딩은 열대야의 더위도 쫓을 겸 능선에서 서해와 섬들을 조망할 수 있는 광천 오서산으로 정했다. 오서산은 충남 보령시 청소면과 청라면, 청양군 화성면, 홍성군 광천읍 경계에 있는 산이다. 높이는 790m로,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다. 예로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아 까마귀 보금자리라고 하여 오서산(烏棲山)이라 했다 한다.

날씨가 계속 30℃ 이상을 이어가고 있는 여름날, 능선 위에서 잘 생각을 하며 오서산으로 향했다. 동행하기로 한 친구와 오후 2시에 만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광천 톨게이트에 도착하니 오후 4시15분이다. 5시에 산으로 출발할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광천시내를 통과하여 오서산 라이딩 기점인 상담 마을에 도착했다.

상담 주차장에서 본 오서산은 상당히 우람했다. 언제 자전거로 저 정상능선에 올라가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오후 5시가 됐지만 여전히 여름햇살은 따갑다. 짐을 정리해 배낭을 짊어진다. 이번에는 텐트와 침낭도 가져가기로 하였다. 음식은 도시락으로 하여 최소화하였고 물을 넉넉히 챙겼다. 배낭 무게가 15kg씩은 나갈 것 같다. 낭패한 마음이 들었지만 프로도 아닌데 적당히 하기로 하였다.

도보로 오서산을 오를 경우 정상에 이르는 시간이 2시간30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서산 산길을 이용하여 정산 능선에 붙는 데 3시간정도를 예상했다. 상담 주차장을 출발해 뒤쪽으로 난 콘크리트길을 통해 산길을 올랐다. 경사도 느슨하고 노면상태도 좋아서 천천히 업힐하여 나간다.

▲ 오서산 상담주차장에서 출발 하기전에 안내도를 보고 있다.
▲ 오서산 상담주차장에서 출발 하기전에 안내도를 보고 있다.
오서산을 왼쪽에 두고서 한참을 올라가니 길은 좌측으로 커다랗게 꺾여서 올라간다. 약 2~3분 오르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한쪽은 오서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닌 아차산(424.4m)의 던목고개를 넘어서 청소면 성연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지도를 보니 이 길은 굽이돌아서 오서산 자연휴양림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오서산 정상 능선으로 향하는 길인 직진 길을 따라서 오른다. 10여 분 오르니 정암사 갈림길에 이른다. 정암사는 우측으로 올라가 그 뒤로 오서산에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다. 우리는 직진하여 계속 우리의 길을 간다. 산길이 고도를 높이기 위하여 구불구불한 형태로 이어진다. 4번 정도 회전해 올라가니 적당한 고도에 이르며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광천시내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북쪽으로는 가야산 석문봉과 일락산 산군들이 뾰족뾰족 솟아 있다. 시간은 오후 6시를 지나가면서 햇살의 따가움도 조금씩 약해지고 산그늘이 길어졌다. 조망의 맛을 느끼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등에 진 배낭의 무거움에 나중에는 끌다 타다 하면서 길게 늘어진 산길을 지나니 쉰질바위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서산 능선의 정상 밑까지 이어진 산길이 갈라지는데 쉰질바위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뒤쪽으로 안테나가 서있고 그 뒤로 산불감시탑 창문이 열려진 채 서 있다. 바위는 그 뒤쪽으로 있는 듯하다. 이 갈림길에서 직진 내리막길은 내원사를 지나서 용문암으로 내려가거나 상송리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우리는 바리게이트가 쳐진 우측 산길로 올라간다. 바리게이트를 넘으면 5분여는 평탄한 오르막길. 그 후로는 고도를 높이기 위한 지그재그 오르막길이다. 정상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어서 그런지 차들이 다닌 흔적이 많아 노면이 좋지 않다. 하지만 주변경관은 점점 더 좋아진다.

서해안 풍광 감상하며 시원한 밤 보내

▲ 천수만과 안면도 남단의 영목항, 그리고 광천앞바다에 뜬 섬들이 조망된다.
▲ 천수만과 안면도 남단의 영목항, 그리고 광천앞바다에 뜬 섬들이 조망된다.

저 아래 마을에 삼삼오오 불이 켜진다. 저녁이 찾아오고 있다. 시계를 보니 오후 7시가 넘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능선이 도달할 것 같다. 코너를 돌 때마다 조금씩 쉬면서 오르니 길은 곧은 형태로 바뀐다.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고 내가 달리는 앞길만 분간이 가능해질 무렵, 앞이 확 트이면서 나무팻말 이정표가 보인다. 한쪽은 오서산 정상이고, 한쪽은 오서정을 가리킨다.

일단 오서정쪽 평탄한 곳을 찾아서 야영하기로 한다. 정상능선이어서 여름인데도 바람이 무척 세다. 캠프사이트를 정하고 어두운 길을 더듬어 오서정까지 다녀온다. 바람 때문인지 오서정의 지붕과 바닥을 와이어로 묶어놓았다. 정자의 주춧돌 모양도 신기하다. 바닥에 주춧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자의 기둥을 항아리 모양의 쐐기로 박아놓은 형태다. 바람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오서정으로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친다. 저 산 밑 마을들은 불빛이 화려하다. 이런 때면 꼭 생각나는 것이 민방위 훈련할 때 등화관제훈련이다. 작은 등불 하나 켜놓았을 때 적군의 비행기에서 이 불빛이 보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는데, 산정에서 보니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도 선명히 보인다. 아마 조그만 불빛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피식 웃는다. 다시 야영지로 돌아와서 텐트를 치고 준비해간 도시락에 약간의 알코올을 마시며 올라온 길에 대해 이야기하며 밤이 깊어진다.

▲ 다운힐 중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조망.
▲ 다운힐 중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조망.

새벽에 눈을 뜨니 5시30분 정도 되었다. 텐트 밖으로 나가서 산 아래를 보니 그만 입이 벌어져서 닫히질 않는다. 새벽공기의 신선함과 저 멀리 풍경들의 선명함은 태풍 뒤의 청명함과 비슷했다. 아직 햇살이 올라오지 않아서 그런지 뚜렷한 조망이 아침공기와 더불어 매우 신선하다.

사진도 찍을 겸해서 오서산 정상능선을 이리저리 다니며 운동을 한다. 7시에 아침도시락을 먹고 8시에 캠프사이트를 정리하고 출발준비를 한다. 8시가 되니 해가 중천에 뜨며 공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저 밑 상담 마을까지는 엄청난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다. 흥분된 마음을 다스리며 아침햇살이 비치는 산길을 내려간다. 약 1시간 후 우리가 주차해둔 상담주차장으로 내려와 씻고 다시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한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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