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MTBing] 화절령 가는 길(상)

월간산
  • 입력 2006.10.30 13:06
  • 수정 2006.10.30 14: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함백에서 출발, 고랭지밭~백운탄광 갈림길~직동리 구간

‘꽃 꺾는 고개’ 화절령을 찾기로 했다. 영월을 거쳐 석항을 지난 뒤 예미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함백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초입부터 많은 플래카드가 이른 가을 아침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친환경적 대중골프장을 유치하자’는 문구들이 온 동네에 붙어 있었다.

▲ 산길에서 바라본 화절령 방면 산줄기.
▲ 산길에서 바라본 화절령 방면 산줄기.

처음 이곳을 개발할 때 함백산 서쪽에 있어서 이름을 그냥 함백으로, 기차역은 함백역이라 정했다고 한다. 80년대 말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으로 탄광들이 폐광되고 난 뒤 이 동네는 10여 년 이상 특별한 부가가치가 있는 사업이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잊혀졌던 산골에 개발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이번에 찾은 함백은 화절령을 자전거로 넘기 위한 출발점으로 가장 이상적이리란 판단에서다. 함백에서 동쪽으로 긴 산길(예전의 탄광길)을 따라서 화절령을 지나서 만항재에 이르고, 함백산을 넘어 태백에 이른다면 얼마나 장쾌한 라이딩이 될까.

하지만 한 번의 시도로, 혹은 하루 일정만으로는 너무 무리가 갈 것 같고, 시간 날 때 마다 라이딩하여 전체를 연결해 보기로 하였다. 3년 전쯤 상동에서 장산 임도로 만항재를 넘어서 화절령에 이르는 라이딩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역으로 함백에서 시작하여 화절령을 넘어서 화절치를 넘어오는 라이딩이다.

▲ 함백역. 사무실이 폐쇄되어 있고 역사 뒤 길 건너로 태백선 철길이 보인다.
▲ 함백역. 사무실이 폐쇄되어 있고 역사 뒤 길 건너로 태백선 철길이 보인다.
이른 아침 시간에 서울서 출발하면 함백역에 승용차로 2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 만종 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제천까지 간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 영월을 지나서까지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 있다. 가는 중간 중간 이정표만 잘 보면 찾아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예미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예미역을 지나 10분 정도 올라가면 함백에 이른다. 함백여자중고교 앞을 지나 시멘트공장을 지나면 예전에 지은 사택들이 그대로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함백역을 지나면 증산까지 도로공사 중인데 자미원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포장을 해놓았으나 아직 통행은 불가능한 상태다.

함백역을 조금 못미처 우측으로 안경다리라고 있는데, 이 다리 밑을 통과하면 두위봉 단곡계곡으로 들어간다. 단곡계곡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라이딩을 준비한다. 일전에 정선의 동남천을 라이딩하면서 동남천을 따라서 마차재에 올라왔을 때 저 건너편 산에 고냉치채소밭이 많았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이번 라이딩의 출발은 바로 그 두위봉의 고냉치채소밭을 올라가는 것이다.

엽기소나무와 고랭지밭 지나면 탄광도로 시작돼

단곡계곡 초입에서 우측 도로를 통해서 올라갈 수 있고, 부근 산길로도 올라갈 수 있다. 이곳은 지금 추석 전의 고랭지 채소 출하로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많은 운반용 트럭들이 대기해 있고, 외지에서 온 인부들과 현지인들이 출하에 바쁜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런 삶의 현장을 유유자적하면 업힐하는 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나왔던 소나무를 알리는 안내판.
▲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나왔던 소나무를 알리는 안내판.

여기에는 영화에 출연했던 소나무도 있는데, 여기서는 ‘엽기소나무’로 불리고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나왔던 타임캡슐을 묻은 소나무다. 그 나무는 오름길 한참 옆쪽에 있어서 확인은 하지 않았다. 여기도 여느 고랭지 채소밭처럼 소위 ‘오줌 누는 돌’들이 많이 깔려 있다.

고랭지 채소단지는 고도도 높지만 황무지처럼 돌들이 많아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돌들이 고랭지 작물을 재배하는 데는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라는 것이다. 일교차가 심한 고지대에서 한낮의 따뜻한 온기를 품었다가 밤이 되면 채소들을 따뜻한 몸으로 보듬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아침이 되면 그 돌들은 이슬을 머금어서 목마른 채소를 촉촉이 적셔준다. 그래서 ‘오줌을 눈다’는 표현을 썼던 것이다.

고랭지밭의 정상 우측 끝에 얇고 기다란 안테나가 서있다. 그곳을 넘어야 예전의 탄광길이 나온다. 안테나를 넘으니 길은 양쪽으로 나 있다. 좌측 길은 화절령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길은 중동면 직동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화절령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출발한다. 5분여를 달리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의 바리게이트가 쳐진 길은 두위봉과 질운산의 산림관리용 임도다.

오른쪽 내리막길을 선택하여 다시 2분여 다운힐하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화절령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면 직동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직진하여 한참을 달린다. 우측의 산길 밑으로는 낭떠러지 구간들이 있어서 바닥에 돌이 많으면 신경이 쓰인다. 지금은 석탄을 캐던 흔적들이 거의 사라져서 없으나 예전에 이 길로 석탄을 실은 트럭들이 무수히 오갔으리라 생각된다.

백운탄광 갈림길에서 직동으로 다운힐

▲ 직동리와 화절령으로 갈리는 백운탄광터에 선 필자.
▲ 직동리와 화절령으로 갈리는 백운탄광터에 선 필자.
가끔 나타나는 ‘건설비념석’에는 석탄합리화정책으로 폐광된 OO광산을 복구하였다라고 써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예전에 탄광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참을 돌아나가니 두위봉에서 내려오는 커다란 계곡을 만난다. 마침 약초를 캐러 오신 분들이 있어서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헤어진다. 생각보다 시간이 흘러서 오후 1시를 넘어가고 있다. 화절령까지 갔다가 화절치로 돌아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니 시간상 어려울 것 같다.
미리 생각한 길이지만, 이번에는 화절령까지 가지 않고 지도 상의 백운탄광 갈림길에서 직동으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직동에서도 두위봉 등산로가 잘 나 있는지 등산안내판이 잘 되어 있다. 화절령을 다음달 라이딩으로 미루고 백운탄광 갈림길에서 직동쪽으로 다운힐한다.

아직도 예전의 탄광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길을 내려간다. 며칠 전 태풍으로 인한 비로 내리막길에는 탄가루가 섞인 검은 진흙탕이 많았다. 튀지 않도록 주의해서 지나며 진행했다. 한참을 내려가니 첫 집이 나오고 한가로이 누워있던 커다란 누렁소가 깜짝 놀라 후다닥 일어난다. 소에게 미안한 눈인사를 하고 직동쪽으로 다시 다운힐한다.

▲ 폐교로 남아있는 직동초교. 후에 녹전초교로 통폐합되었다.
▲ 폐교로 남아있는 직동초교. 후에 녹전초교로 통폐합되었다.
콘크리트 길을 10여 분 내려가니 상동의 봉우교에서 화절치와 두무동을 지나온 길과 직동에서 만난다. 이곳이 해월 최시형 선생께서 잠시 은거했던 곳이라는 기념비문을 보며 우회전하여 옛 시골길을 따라 내려가니 폐교가 된 직동초등교가 보인다. 꽤 큰 규모의 학교인데 인적이 없어 을씨년스럽다. 직동초교에서 10여 분 다시 달리면 직동교회 지나 가게 2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큰터인데 직진하면 녹전으로 나가고, 우회전하면 다시 함백으로 넘어간다.

차를 세운 함백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해 최근에 도로공사를 한 것 같은 아스팔트길을 20~30분 올라가니 도로가 끝나고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의 다리 건너 콘크리트길을 약 5분 오르면 마지막 민가가 나오고, 다시 함백으로 넘어가는 산길이다.
산길의 좌측으로 계곡이 이어진다. 깊은 산골인데도 계곡 위쪽의 침출수 때문인지 물이 뿌옇고, 물 속의 돌들이 온통 희뿌연 가루를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인다. 원래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고, 흐린 물이 흐른 지는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고도를 아무리 높여도 길은 끝이 없이 이어진다. 길 중간부터는 자작나무들이 엄청난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만일 늦가을에 이 산길을 지나간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아름다움이 떠오른다.

길은 구불구불 오르막을 이루며 끝없이 이어진다. 이윽고 한참만에 오전의 그 긴 안테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이번 라이딩을 마쳤으나 일명 엽기소나무를 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후회스럽다. 다음 라이딩은 화절령까지 전 구간을 연결해 마무리 지을 것을 기약하며 이번 라이딩을 접는다.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에서 나오면 영월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가 쉽고 꼼꼼하게 붙어 있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영월 게이트를 지나서 자동차 전용도로 끝에 이르면 영월~태백 간 국도가 이어진다. 영월에서 태백쪽으로 10여 분 운전하면 석항에 도착한다.

석항에서 직진하여 5분여 가면 예미 사거리에 이르고, 우회전하여 함백으로 들어간다. 함백역 가기 약 500m 전에 우측으로 안경다리라는 철길 다리가 보이는데, 그 다리 밑을 통과하여 2~3분 오르면 단곡계곡이다. 이곳에서 출발한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키워드

#테마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