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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MTBing] 화절령 가는 길<하>

월간산
  • 입력 2006.12.04 17:25
  • 수정 2006.12.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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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화절령~만항재 간 산간도로 라이딩

검은 탄터미 때문에 진달래꽃이 더 붉어 보였을 것 같다. 지나가면서 왜 꽃을 꺾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꽃꺾이재에 다시 자전거를 끌고 왔다. 예전 이 산중의 땅속으로 갱도를 뚫고 석탄을 캘 때는 화절령에 100가구 정도가 살았고 초등학교도 있었다고 한다.

석탄산업 합리화정책 이후 사람들은 화절령을 하나둘 떠나 이제 마을 흔적을 찾기 힘들다. 탄광 입구나 운탄작업장이었던 콘크리트 구조물은 형태만 남아 흙속에 갈무리되어 있다. 우리가 지나가는 산길 밑으로도 채탄하던 지하 갱도가 거미줄처럼 지나고 있을 것이다.

▲ 화절령~백운산 구간의 숲길. 이곳을 지나면 긴 다운힐이 이어져 골프장과 만난다.
▲ 화절령~백운산 구간의 숲길. 이곳을 지나면 긴 다운힐이 이어져 골프장과 만난다.

이번 달에는 지난 라이딩의 연결로, 함백역에서 백운탄광~직동 구간과 백운탄광에서 화절령~두무동 구간에 이은 마지막 코스다. 거리가 비교적 길고 도처에 폐광이 산재되어 있다. 이 산길의 주봉인 두위봉과 백운산 능선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카지노와 스키장, 그리고 골프장과 숙박시설들이 가득 들어찬 상태다. 

답사팀은 영월에서 수라리재를 넘어 녹전을 경유 상동에 도착했다. 상동읍 2km 전쯤에 좌측으로 선바위산(1,042m) 들어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봉우교라는 다리 건너 차를 세운다. 

라이딩 초반이 수월하다. 출발과 함께 약 20여 분간 느슨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매봉산을 좌측에, 선바위산을 우측에 두고서 길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구래리를 지나서 고랭지채소밭으로 넘어갈 즈음 콘크리트포장길로 바뀌고 업힐은 조금씩 세어진다.

윗동네 마을을 지나는데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화절치로 넘어가는 우측 길을 따라간다. 여기서 좌측 길은 매화산 고랭지밭을 지나서 직동의 큰골(직동교회)로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고랭지 농장이 있는 길을 지그재그로 한참 올라서면 길의 정상에 이른다.

임도에 쌓인 적설량 예상보다 많아

고개 정상에 선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백운산과 두위봉 능선이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눈이 녹은 부분과 녹지 않은 고도가 정확히 선이 그어진 듯 보이고, 우리가 달릴 저 산길에도 온통 눈이 덮여 있다. 고개 정상에서 저 밑 화절치까지는 꽤 긴 다운힐이다. 지난 달에 건너편 산의 화절령에서 본 길고 구불구불한 콘크리트길 다운힐이다.

▲ 화절치로 내려가는 다운힐 구간. 정상부는 얼음이 깔려 있어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 화절치로 내려가는 다운힐 구간. 정상부는 얼음이 깔려 있어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하지만 내리막이 쉽지 않다. 이곳도 건너편 산과 마찬가지로 높은 지역은 눈이 녹지 않은 것이다. 녹았다 언 미끄러운 눈길이라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기 약간 위험스럽기까지 했다. 그늘진 곳은 여지없이 얼음판이다. 조심조심 내려가며 고도가 떨어지자 눈들은 자취를 감추고 길은 우리에게 신나는 다운힐을 선사한다. 약 7~8분 내려가자 지난번 지나갔던 화절치의 다리 앞에 이른다.

▲ 평화롭고 아늑하게 보이는 구강동 이후의 산길. 만항재까지 느슨한 업힐이 이어진다. 오후 5시를 넘겨 해가 지고 있다.
▲ 평화롭고 아늑하게 보이는 구강동 이후의 산길. 만항재까지 느슨한 업힐이 이어진다. 오후 5시를 넘겨 해가 지고 있다.

이곳에서 화절령까지는 약 5km 정도의 업힐이다. 약 3km 정도 올라가면 폐쇄된 커다란 탄광이 보인다. 그곳에도 콘크리트 구조물이 흙더미속에 가려져 이마만 삐쭉 내밀고 있다. 검은 산길은 눈에 덮여 순백으로 변했다. 지나간 흔적이 없고 얼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시간은 정오를 넘어 초겨울 햇살이 따사롭다.

▲ 만항재 정상. 눈이 깔리고 1,330m라고 적은 돌이 보인다.
▲ 만항재 정상. 눈이 깔리고 1,330m라고 적은 돌이 보인다.
화절령 안부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화절령에 올라선다. 흰 눈에 자전거바퀴 자국을 내면서 화절령 사거리를 한 바퀴 돌아본다. 여기서 시작해 백운산 산길로 고한의 카지노골프장을 거쳐 평화촌과 구강동을 지나야 1,330m의 만항재에 이른다. 시간은 오후 1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다.

산길이 온통 눈으로 덮여 만항재에 오후 4시 이전에 닿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왕 들어선 길이니 최대한 빨리 진행하기로 일행과 다짐했다. 길은 준폭설 수준의 적설량으로 깊은 눈에 잠겨 있다. 화절령을 출발하여 10여 분 눈길을 헤쳐 나가니 다시 사북에서 올라오는 옛길과 만난다. 이곳까지는 일행들 모두 눈길에 익숙지 않아 자주 미끄러진다.

기어를 저속으로 놓고 빠른 페달링으로 눈길을 헤집어나가야 했다. 눈 속 라이딩 기술에 익숙해진 후 눈길을 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사북의 갈림길을 지나서 계속 직진하면 산길은 백운산 허리를 본격적으로 휘돌아 나간다. 백운산 정상부는 스키장 구조물이 들어서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눈 속에서 보는 주변의 조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백운산의 허리를 돌고 돌아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진다. 서로를 독려하면서 달리지만 맨땅의 산길과 달리 시간이 점점 지체된다.

해질녘 간신히 만항재 도착

오후 3~4시를 넘어가니 햇볕이 변해 약간 녹았던 눈들이 굳어진다. 페달에도 눈이 얼어붙어 클리트가 끼워지지 않고 계속 미끄러진다. 긴장된 마음으로 급한 경사를 내려가니 골프장이 보인다. 직원들은 골프장에 깔린 눈을 치우고 있다. 우리는 골프장으로 내려간 뒤 우회전해 약 1km의 역내 도로를 타고 다시 우회전하여 산길을 찾아 들어간다. 시간은 오후 4시가 가까워진다.

사실 만항재에 도착해야할 시간인데, 아직 산길이 많이 남아있어 긴장된다. 또 여기서 만항재까지는 느슨한 업힐이 계속 이어져 더 지체될 것 같다. 일행에게는 1시간만 불나게 달리면 만항재에 도착할 것이라고 선의의 거짓말도 해본다. 오르막 내리막을 지나서 평화촌 폐광터를 지나니 시간은 오후 4시30분을 넘는다.

▲ 화절령~백운산 구간의 폐광터. 침출수가 나오는 곳에 침전연못을 만들어 중금속은 가라앉히고 물만 빠져나가게 하는 구실을 한다. 이러한 침전연못이 1~2개 더 있다.
▲ 화절령~백운산 구간의 폐광터. 침출수가 나오는 곳에 침전연못을 만들어 중금속은 가라앉히고 물만 빠져나가게 하는 구실을 한다. 이러한 침전연못이 1~2개 더 있다.

여기서 1시간 이내에 구강동을 지나서 만항재에 이르지 못한다면 밤길을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평화촌 폐광터를 지나서 구강동에 이른다. 내가 앞에 서고 동료들은 뒤쪽에서 따르는 형국이다. 눈만 없다면 쉽게 만항재에 이를 수 있겠지만, 자꾸 자전거에서 내리게 된다. 막판에는 자전거를 끌고서 마지막 굽이를 돌아서 만항재에 이른다.

시간을 보니 오후 5시30분이다. 만항재에서 정상주를 한 잔 했으면 했는데, 겨울철이어서 그런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추운 바람이 부는 만항재 정상에서 옛 기억을 되살리며 10여 분 기다리자 마지막 일행이 도착한다. 일단은 어두워지기 전에 장산 임도 입구까지 가기로 하였다. 만항재 정상에서 내리막을 다운힐하는데 찬 바람에 손가락이 끊어질 것같이 고통스럽다.

▲ 눈 쌓인 화절령을 달리고 있는 라이더. 신설을 달리는 재미가 있다.
▲ 눈 쌓인 화절령을 달리고 있는 라이더. 신설을 달리는 재미가 있다.
장산 임도 입구에 도착했지만, 눈 쌓이고 어두운 산길을 다시 들어가서 다운힐 한다는 것은 영 내키지 않는다. 또 손가락이 시리니 전의가 상실된다. 장산 임도는 포기하고 화방재의 어평휴게소를 목적지로 다시 출발한다. 길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코너를 돌아 장산 콘도를 지나면서부터 속도를 내어 달린다. 초겨울이라 방심하고 겨울장갑을 챙기지 않은 것이 다운힐 내내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 없다. 그래도 함께 한 동료들이 한 마디 싫은 내색이 없어 다행이다.

이윽고 길 앞으로 반가운 불빛이 보이고 화방재 정상의 어평휴게소에 이른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라고 할까? 추운 산길을 내려와 따뜻한 난로가 지펴져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저녁식사와 약간의 반주를 하고 주인아주머니께 김치 담을 때 사용하는 비닐장갑을 얻어 각자 나누어 끼고 그 위에 장갑을 낀다.

바깥에는 바람이 휭휭 분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고 화방재의 긴 내리막에 내려가 상동에 도착했다. 유람하듯 상동시내를 빙 돌아서 다시 주차를 해둔 선바위산 입구의 봉우교에 이른다.

약 70km의 눈 덮인 산길을 모두 끝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눈길을 완주한 대견한 기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따뜻했다.


#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제천 나들목으로 나가면 영월 가는 이정표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다. 영월 방면 이정표를 보고 계속 달리면 영월을 지나쳐 석항 직전에서 자동차 전용도로가 끝난다. 계속해 국도를 따라서 10여 분 더 달리면 석항 삼거리에 이른다.

석항에서 상동쪽으로 우회전하여 수라리재를 넘어 30분 정도 가면 상동에 이를 수 있다. 상동에 이르기 약 2km 전 좌측으로 선바위산 이정표가 있는데, 이곳에서 좌회전하면 봉우교 다리에 이른다. 다리 인근에 주차한 다음 라이딩을 시작한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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