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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MTBing] 눈덮인 수리산 산길을 달리다

월간산
  • 입력 2007.01.10 17:31
  • 수정 2007.01.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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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와 싱글트랙 모두 갖춘 산…등산객과 마찰 잦은 곳

경기도 군포와 안산, 그리고 안양에 걸쳐있는 수리산(475m)은 비교적 일찍부터 산악자전거를 즐기던 산으로 자주 찾던 곳이다. 비교적 험하지 않은 산세의 근교산으로, 청계산(618m), 광교산(582m), 관악산(629m), 백운산(564m) 등과 함께 광주산맥을 구성하고 있다. 정상에 군부대 시설물이 들어서 있어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할 때도 쉽게 눈에 띄는 산이다.

수리산은 또 두 개의 저수지를 품고 있다. 하나는 갈치저수지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규모가 큰 반월저수지다. 두 저수지 모두 낚시터로 유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 보면 많은 강태공들이 저수지에 낚싯대를 담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안산쪽에서 수리산으로 접근하다 보면 속달동쪽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반월저수지를 지난 곳에 수리산 활엽수림이 있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에서 각종 수목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면 기도원을 거쳐 수리사로 이어지는데, 이 절은 수리산의 이름과도 관계된 사찰이다.

수리산은 산악자전거에 입문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라이딩을 해봤을 정도로 인기 있다. 전국 규모의 산악자전거대회도 개최됐을 정도로 각광을 받았지만, 내방객이 많은 산이라 라이더와 등산객의 잦은 마찰이 문제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수리산의 소개를 차일피일 미룬 점도 있다. 헌데 이번에 큰 눈이 내린 뒤, 근교의 자전거길 가운데 눈이 내리면 좋을 곳을 고르다 보니 수리산이 떠올랐다. 장쾌한 맛과 함께 눈길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수리산을 소개한다.

초기에 수리산을 접할 때는 주로 XC라이딩 위주의 업힐과 임도 라이딩을 주로 했다. 그 코스는 보통 이렇다. 산본 수리초교 인근의 약수터에서 출발해 삼림욕장을 돌아서 임도 사거리에 오른다. 여기서 수리산 임도를 돌아 기도원쪽으로 내려온 뒤 속달동 고개를 지나 다시 임도 사거리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능선의 싱글 트랙을 탄 뒤 금정역쪽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프리라이딩 바람이 분 후에도 수리산은 좋은 코스를 제공했다. 주능선이 아닌 샛길로 인적이 드문 코스가 몇 곳 있는데, 이 싱글의 다운힐 코스를 타는 재미가 제법이다.

▲ 258m봉으로 이어진 산길. 업힐과 다운힐이 교차된 싱글 트랙 능선길이다.
▲ 258m봉으로 이어진 산길. 업힐과 다운힐이 교차된 싱글 트랙 능선길이다.
임도 사거리 중심으로 코스 엮어

보통 수리산은 임도 사거리가 중요한 기점이 된다. 여기서 258m봉으로 남진하여 싱글 트랙을 달리다가 258m봉에서 속달동으로 다운힐하기도 하고, 258m봉에서 동쪽의 싱글트랙 내리막길로 능선길을 타다가 목장길로 접어들어 갈치저수지로 내려가는 라이딩도 가능하다. 또 임도 사거리 벤치 바로 뒤의 싱글트랙으로 내려가 속달동에 이르는 다운힐 코스도 재미있다.

12월 중순 서울과 경기, 충청, 강원도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 눈이 많이 왔다는 뉴스를 듣고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산의 심학산과 수리산 두 곳이 생각났다. 일산으로 갈까? 안산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후배가 살고 있는 안산으로 가서 함께 수리산을 오르기로 했다.

시화의 옥구공원에서 만나 시화호의 호반길을 따라서 안산을 지나 수리산으로 들어섰다. 수리산 진입도로의 눈길을 차로 조금 오르다가 반월저수지 인근에 주차한 뒤 눈길 라이딩을 준비했다.

수리산은 전술한대로 등산객들과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라이더들과의 문제가 발생했던 곳이다. 보통 한 팀이 라이딩한다면 5명 이상이 함께 가곤 하는데, 좁은 싱글트랙을 무섭게 질주하는 산악자전거는 분명 부담스러운 존재다. 게다가 산길을 5번 이상 양보해야 하는데다, 흙먼지를 일으키고 가니 좋아할 등산객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물론 산악자전거 라이딩을 처음 본 등산객들은 호감을 가지고 접근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산길에서 자전거를 자주 만나는 분들은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근교 산의 라이딩은 주말을 피하고 라이딩 하는 인원도 3명 또는 그 이하로 줄여야 한다.

많은 눈이 내린 수리산에는 설경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 반월저수지를 출발한 우리는 커다란 고속도로 교각을 몇 군데 지나면서 수리산으로 접어들었다. 바람이 불면서 눈발이 날린다. 날씨는 약간 우중충해 라이딩 의욕을 상승시킨다.

반월저수지를 지나 수리산에 접어들면 길은 시골길의 형태를 띤다. 미끄러운 좁은 찻길을 3명이 일렬로 서서 차들과 같은 속도로 오른다. 우측 속달동 고개에서 넘어오는 임도를 만나는 곳을 지나 다리를 건넌 뒤 조금 더 달리면 기도원에 이르는데, 이곳이 수리산을 휘돌아 내려오는 임도의 종점이다.

이곳을 지나면 수리사로 올라가는 길이 이어진다. 주도로는 우회전해 다리 건너 속달동 고개를 넘은 뒤 갈치저수지를 지나 대야미역쪽으로 빠진다. 우리는 속달동 고개의 임도 갈림길에서 좌측 수리산쪽 산길로 접어든다. 참고로 우측 산길은 반월저수지쪽으로 내려가는 조금 전에 지나온 수리산 초입의 임도다.

신설 쌓인 눈길은 미끄럽지 않아

산길로 접어드니 눈의 천국이다. 눈을 찾아온 분들이 내놓은 길을 자전거로 꾸역꾸역 오른다. 얼지 않은 눈길은 일반 흙길의 80% 정도의 그립력을 가지고 있다. 보통 눈길은 미끄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얼지 않은 눈길을 30분 정도 업힐해 오르니 임도 사거리다.

속달동 고개에서 올라온다면 임도 사거리에서 좌측 길은 수리산 임도다. 수리산을 돌아서 기도원쪽으로 내려간다. 임도 사거리 우측 길은 두 갈래가 있다. 그러고 보니 새로 지은 정자가 보이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다. 정자 앞으로 난 길은 산본의 수리초등학교쪽으로 이어진다. 이 정자 뒤로 난 길은 258m봉으로 넘어가는 싱글트랙이다.

▲ 눈이 날리는 수리산 임도. 반월저수지 방면에서 접근하면 속달동 고개 정상에서 우회전해 임도 사거리를 향해으로 진입한다.
▲ 눈이 날리는 수리산 임도. 반월저수지 방면에서 접근하면 속달동 고개 정상에서 우회전해 임도 사거리를 향해으로 진입한다.

오늘은 눈길 다운힐을 즐기고 싶었다. 258m봉에서 속달동 고개쪽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과 목장길을 다운힐해 갈치저수지로 내려가기로 했다. 정자 뒤쪽으로 돌아서 258m봉을 향해 첫발을 내딛으면 급한 언덕을 만난다. 이 언덕 위에는 산불감시탑이 서 있는데, 눈이 없으면 이곳을 올라가는 내기를 하곤 했다. 눈길이라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언덕을 넘어서면 본격적인 싱글트랙이 258m봉까지 이어진다. 발자국이 난 눈길은 자전거로 달리기에 전혀 미끄럽지 않다. 가끔 맞은편에서 오는 등산객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길 옆으로 비켜선다.

몇 번의 오르막을 타고 끌며 오르는데 나뭇가지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 길을 막아선다. 옆으로 새 길을 만들어 돌아나가니 점점 전망이 좋아지면 258m봉에 이른다. 언덕에 올라서 뒤돌아보니 눈 덮인 수리산이 장관이다.

▲ 258m봉에서 다운힐 중인 라이더. 눈 쌓인 가지가 쳐져 고개를 숙이며 지나간다.
▲ 258m봉에서 다운힐 중인 라이더. 눈 쌓인 가지가 쳐져 고개를 숙이며 지나간다.

258m봉에서 속달동쪽으로 첫 번째 다운힐을 시작했다. 인적이 거의 없어서 눈길은 천연에 가깝다. 자전거가 깊은 내리막에 길을 내면서 달린다. 비료포대를 이용해 눈썰매를 타도 이보다 더 재미있지 않을 것 같다. 익숙해진 눈의 성질을 이용하여 코너링도 재미있게 넘어간다. 인적 드문 좁은 산길을 눈길을 헤치며 한참을 내려가니 눈 덮인 안산쪽 조망이 들어온다. 뒤이어 온 동료들과 사진을 찍으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나무를 돌아서 나간다.

▲ 1.5m 점프대 앞에서 고민 중인 라이더.
▲ 1.5m 점프대 앞에서 고민 중인 라이더.
내리막에 조금 쉬면서 엄청난 눈을 뒤집어쓰며 곧 부러질 것 같은 나무들의 눈을 털어주며 내려간다. 이윽고 마지막에 이르고 마지막 점프대(약 1.5m)를 이용하지 못하고 옆길로 내려선다.
다시 임도 사거리로 올라가서 258m봉을 지나서 목장길을 다운힐한다. 이렇게 산에 눈이 많이 내린 것도 고맙지만, 시간이 맞아서 함께 라이딩한 동료들도 고맙게 느껴진다.

# 수리산 찾아가는 길

산악자전거를 위한 수리산의 진입로는 2~3군데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산본 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와 산본성당과 수리초등학교를 거쳐 약수터에서 임도 사거리로 진입한다. 혹은 대야미역에서 갈치저수지를 거쳐 속달동 고개를 오른 뒤 우회전해 임도를 통해 임도 사거리까지 오른다. 안산-수원 간 고속국도를 타고 가다 반월 교차로를 빠져나와 반월 저수지와 기도원을 경유해 속달동 고개를 오른다. 고개에서 좌회전해 임도를 거쳐 임도 사거리에 이른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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