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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산림청 개청 50주년 특집, '이제는 숲힐링이다'](1) 윤영균 산림복지진흥원장

월간산
  • 입력 2017.05.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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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통해 국민건강 기여하는 게 산림복지"
윤 원장, 목표 밝혀… “이제는 도시숲이 아니라 숲 속의 도시 만들 때”

윤영균 원장이 산림복지진흥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영균 원장이 산림복지진흥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숲의 수많은 기능 중에 공기정화 기능은 지금과 같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는 도시숲이 여러 모로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제까지 도시에 숲을 만든다는 개념으로 도시숲을 조성했다면 앞으로는 숲 속에 도시를 만든다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전 국토가 숲이고 그 안에 도시가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도시숲이 없었을 때는 공간을 늘리는 양적팽창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질적으로 향상된 시민과 함께하는 환경공간이 돼야 합니다. 새가 찾고, 다람쥐가 노는 생태도시숲을 조성해야 할 때입니다. 물적 토대를 넓히는 녹지공간의 확보가 아니라 산림복지 차원의 숲이 앞으로 우리의 숲입니다.”

산림복지진흥원이 지난해(2016년) 새로 발족했다. 국민 누구나 산림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 즉 숲을 통한 힐링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 초대원장으로 산림전문가 윤영균 원장이 취임했다. 산림전문가이자 산림정책전문가인 윤 원장이 어떻게 산림복지를 안착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조림 성공국가다. 수십 년간 노력으로 숲의 양적팽창은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가 됐다. 복지는 양적팽창의 바탕 위에 질적 혜택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숲의 복지, 즉 산림복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숲의 다양한 구성요소인 산소와 경관, 향기(피톤치드), 새·물소리, 음이온 등을 활용해서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혜택을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산림복지진흥원의 출범은 이제는 우리도 산림복지를 누릴 만한 숲선진국이 됐다는 얘기다.

“우리는 OECD 평균 2배 이상의 산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꾸는 것과 동시에 숲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전까지의 정책이 숲의 면적비율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숲을 만들 때입니다. 좋은 숲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미래는 어떻게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최대한 활용할 것인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산림복지입니다. 국민 누구나 숲의 혜택을 입도록 제공하고, 나아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 점차 산업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윤 원장은 산림복지에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연휴양림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만약 자연휴양림을 애초부터 민영으로 했다면 초기에 반짝 붐이 불었을지 모르나, 이후 산은 산대로 망가지고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 변해서 모두 망했을 겁니다. 민간은 가격통제 기능이 없기 때문에 가격은 급등하고, 카페나 노래방 같은 상업적 수익시설이 들어서 지금과 같은 자연휴양림의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봅니다. 수익이 다소 줄어도 국·공립기관에서 관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 가능했을 겁니다. 산림복지는 성격상 보편적 복지이고, 국민들이 쉽게 이용하려면 공공부문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다만, 민간에서는 교육, 치유, 레포츠 등에 수익모델을 만들어 점차적으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숲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자연휴양림 이용자는 무려 1,600만 명에 이르고, 치유의숲은 120만 명, 수목원과 식물원 방문객은 1,500만 명에 달한다. 시설도 점차 늘어, 2017년 1월 기준 9개인 치유의숲을 2021년까지 47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자연휴양림도 현재 165개소이며, 삼림욕장도 전국 194곳에 이른다.

산림청에 이에 맞춰 출생기와 유아기→아동·청소년기→청년기→중·장년기→노년기→회년기로 생애주기를 나눠 숲을 즐길 수 있는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숲과 함께하는 산모 숲태교 프로그램, 유아숲체원, 산림교육 프로그램, 산악레포츠 시설, 자연휴양림 및 산림치유 공간 조성, 산림요양 서비스, 수목장림 확대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숲유치원은 전국적으로 주 1회 이상 숲에서 활동하는 기관이 3,300여 곳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이같은 산림복지의 수준은 산림선진국인 독일, 일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독일은 바트뵈리스호펜(산림치유마을), 일본은 산림테라피기지 등을 조성,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의 산림치유원이나 자연휴양림·치유의숲과 별로 다르지 않다.

Q 이런 훌륭한 숲 관련 시설과 제도가 있는데 아직 국민들은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A “숲유치원, 휴양림, 수목장림 등에 대한 개별적인 인지도는 높지만 아직 산림복지라는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인식은 낮은 편입니다. 산림복지진흥원이 출범한 것도 빨리 정착시키기 위한 일환입니다. 산림복지진흥원에서는 널리 알릴 몇 가지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기업들의 워크숍 공간으로 숲치유원이나 자연휴양림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건강보험공단 직원 800여 명이 2박3일 일정으로 산림치유원에서 힐링프로그램을 체험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워크숍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습니다. 직장인들의 휴가문화에도 변화를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가족·친지 모임도 더욱 유도할 계획입니다. 산림복지가 국민건강에 1%라도 기여한다면, 그게 성공이고, 자부심이 생길 것으로 판단합니다.”

Q 우리나라는 대부분 인공숲인데, 천연림과 차이는 없는지요? 또한 특징에 따라 활용가치가 다르지 않습니까?

A “독일은 90%, 일본은 40% 이상이 인공림입니다. 산림선진국이라 불리는 그들도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인공림의 가치는 애초 나무를 심을 때 목재로 활용하기 위한 용도에 뒀습니다. 나무가 자라다보니 다른 용도로 쓰이기도 합니다. 어느 숲이 아름답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쭉쭉 자란 전나무숲이 좋은지, 울창한 원시림이 좋은지, 그건 개인 선호도에 따라 다릅니다. 단지 인공림과 같이 단일수종이 군락을 이룬 곳은 생물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과감한 간벌을 통해 혼효림으로 유도해 간다면 산림치유나 산림교육의 장소로 적합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인공숲이든 천연림이든 숲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Q 산림복지와 환경적 가치의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A “이제는 분명 산림의 환경적 가치를 생각할 때입니다. 19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숲과 계곡에서 고기 구워먹고 산을 훼손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숲에서 사색하고 휴양하며 힐링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다소 불편했지만 지금은 이에 따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산림휴양이 정상이 됐습니다. 숲에서 놀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생산성도 높아지는 여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성인병이 줄어들면서 힐링되고 치유되는 결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산림과 국민건강이 둘이 아니고, 나아가 환경까지 좋아지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산에서 즐기는 산악마라톤, 산악자전거, 산림관광까지 활성화돼야 합니다. 산림치유를 레포츠와 접목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도시민들을 숲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이기도 합니다. 산림복지는 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산이 가진 요소를 국민건강을 위해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산림복지,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윤 원장은 기술고시 합격 후 산림청에서 근무하며, 국립수목원장, 국립산림과학원장 등을 두루 거쳐 지난해 산림복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산림치유원을 빨리 정착시키는 것도 산림복지의 과제”라며 목표와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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