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전라도의 숨은 명산 주작~덕룡] 산악 어드벤처 종합세트, 두 손 다 써야 오르는 산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 고문
  • 입력 2023.05.26 06:55
  • 사진(제공) : 김희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암괴석에 피어 있는 진달래, 10월엔 억새로 유명

국립공원급에 가까운 비경은 바위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국립공원급에 가까운 비경은 바위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봉황과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봉황은 하늘의 영물이고 용은 땅의 영물이다. 봉황이 도를 깨치면 온몸이 붉게 물들어 주작이 된다. 황제, 제후 등 귀한 존재를 나타내는 상징물에는 항상 봉황과 용이 있다. 산 지명에 용, 봉황이 들어가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주작이 들어간 산은 전라남도 강진 주작산이 유일하다. 높이는 400m급에 불과하지만, 산세는 1,000m 이상 고산 못지않게 압도적이다. 

주작산과 나란히 있는 덕룡산은 우리나라 산 중에 험하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악명이 높다. 조망과 난이도 모두 설악산 공룡능선에 뒤지지 않는다. 무려 12km에 달하는 공룡의 등뼈 같은 첨봉들과 초원지대는 쉼 없이 오르고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주작산은 26개, 덕룡산은 24개 봉우리가 있다. 인공구조물이 거의 없는 것도 특징이다. 유격훈련처럼 자신의 체력과 손발에 의지해야 한다. 다양한 암릉 지형과 바위의 촉감을 손끝으로 직접 즐길 수 있는 희귀한 산이다.

덕룡산의 들머리 소석문.
주작산자연휴양림 인근에 있는 흔들바위.

주작산과 덕룡산은 같은 듯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주작산은 오밀조밀해서 여성적이며 로프가 많다. 반면에 덕룡산은 남성적이며 ㄷ자형 앵커(스태플러 모양)에 의지해서 암벽을 넘나들어야 한다. 날 세운 봉우리들이 위험함에도 매년 4월이면 전국의 산객들과 사진작가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기암괴석에 박힌 황홀한 진달래를 만나기 위해서다. 10월엔 황금빛 억새 평전이 또다시 그들을 유혹한다. 강진만과 다도해 섬들이 함께 어우러진 비경은 신들의 놀이터라는 찬사를 받는다.

덕룡산의 들머리 소석문.
덕룡산의 들머리 소석문.

국립공원으로도 손색없는 암릉미의 결정판

주작산과 덕룡산이 하나의 산인지 독립된 산인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 판단은 달라지지만, 대부분의 산객들은 주작산과 덕룡산을 주능선이 같은 하나의 산으로 여긴다. 풍수 하는 사람들은 주작산이 봉황의 머리이며, 북쪽의 소석문까지는 왼쪽 날개, 남쪽의 오소재까지는 오른쪽 날개라 한다. 

참고로 고산자 김정호가 1861년(철종 12년)에 제작한 대동여지도 원본에는 주작산만 표기되어 있다. 1916년, 일제 강점기에 제작된 지도에는 주작산과 덕룡산이 동시에 기록되어 있다. 현재 국토지리정보원은 덕룡산 정상은 서봉(432.8m)으로, 주작산 정상은 429.5m 봉으로 표기한다. 분명한 것은 만덕산, 석문산, 덕룡산, 주작산으로 이어지는 산악벨트는 풍부한 문화유적과 역사적 보존가치가 뛰어난 곳이라는 것이다. 자연경관 또한 국립공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암릉이 계속된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암릉이 계속된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덕룡산 들머리인 소석문은 석문산(277m) 협곡에 있다.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바위 봉우리들이 솟아 있는 곳이다. 초입부터 인정사정 없는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동봉까지 거리는 2.2km 정도지만 시간은 무의미하다. 안전시설은 거의 없다. 경사면을 사족보행으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오소재에서 넘어오는 산객들과 교행이 빈번하고 아찔한 절벽들도 서로 양보하는 산악예절이 필요한 구간이다. 

능선에만 오르면 전 구간이 사방으로 뚫려 있어 막힘이 없다. 동봉 정상은 겨우 한 사람이 인증사진 찍을 정도로 비좁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해남 금강산, 두륜산, 달마산, 완도 상왕산, 장흥 천관산 등 굵직한 산군들이 모두 보인다. 

동봉에서 서봉까지 직선거리로 0.28km에 불과하다. 하지만 험하게 엉켜 있는 바위들로 인해 길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듯 주작산, 덕룡산은 돌출된 바위 사이를 오른 만큼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속도에 대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의외로 체력적인 부담은 적다. 

덕룡산의 주봉 격인 서봉은 오르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용의 등줄기에 올라탄 것처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서봉에서 진달래 능선으로 이어지는 바람골은 진달래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포인트다. 바위들 사이에 핀 진달래는 빨간색 루비를 박아 놓은 듯 장관이다. 

산악 유격훈련장을 방불케 하는 덕룡산 공룡능선.
산악 유격훈련장을 방불케 하는 덕룡산 공룡능선.

정상 및 이정표, 위험구간 개선 필요해

등산로 곳곳에는 사물을 닮은 바위들이 가득하다. 주먹바위, 시소바위, 손가락바위, 대포바위, 독수리바위, 동구리바위, 용상바위 등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이다. 통일된 이름표를 부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렇게만 한다면 이정표 구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하곤 한다. 하지만 주작산과 덕룡산은 위험구간이 많다. 무모함은 대형 사고를 부르기 십상이다. 안전시설과 통제가 없기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

암릉지대 이후 작천소령까지는 2.9km 정도. 이 구간은 광활한 초원지대의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땅끝기맥과 접하는 436봉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주작산 덕룡봉(475m) 표지석이 있다. 작천소령으로 내려가는 능선은 가을 억새 명소로도 유명하다. 

해맞이제단에서 바라본 덕룡산의 웅장한 산세.
해맞이제단에서 바라본 덕룡산의 웅장한 산세.

강진에서는 작천소령, 해남에서는 수양리재라고 부르는 분지처럼 넓은 갈림길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동쪽 길은 주작산자연휴양림으로 곧장 내려서고, 동남쪽 길은 주작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1.68km 거리다. 주작산 정상석 아래의 해맞이제단에서는 주작산, 덕룡산 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커다란 날개를 펴고 있는 주작과 비슷하다. 오소재까지 이어지는 4.5km의 남쪽 길은 거친 암릉들이 버티고 서 있다.

주작산~덕룡산 종주는 해가 긴 계절에나 가능하다. 진달래와 억새가 많다는 것은 큰 나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수를 구할 곳이 없어 충분한 물을 준비해야 한다. 비상 탈출로가 5~6곳 정도 있어 컨디션에 맞게 산행을 조절할 수 있다. 당일산행이 힘들다면 작천소령을 중심으로 1박2일 산행하는 것도 좋다. 스틱은 접고 장갑을 끼고 바위를 잡고 산을 타는 것도 요령이다. 그러면 손끝으로 생생한 바위의 촉감을 느낄 수 있다. 

덕룡산 진달래능선. 바다와 어우러진 환상적인 조망이 펼쳐진다.
덕룡산 진달래능선. 바다와 어우러진 환상적인 조망이 펼쳐진다.
주먹바위에서 바로 본 덕룡산 서봉. 안전한 우회로도 있다.
주먹바위에서 바로 본 덕룡산 서봉. 안전한 우회로도 있다.

산행길잡이

▲ 소석문-동봉-서봉-주작산-덕룡봉-작천소령-오소재(12.7km, 9시간)

▲ 소석문-동봉-서봉-작천소령-주작산-해맞이제단-수양관광농원(9.8km 7시간)

▲ 오소재-삼각점-작천소령-흔들바위-주작산자연휴양림(7km 4시간30분)

교통 및 숙박(지역번호 061)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강진군까지 하루 4편(07:50, 10:50, 13:40, 17:10) 직행버스가 운행된다. 약 5시간 소요되며 우등 3만5,800원, 프리미엄 4만5,000원이다. 

강진시외버스터미널(432-9666)에서 도양행 농어촌 버스(6:25, 7:30, 9:30, 10:20, 12:10, 14:10, 15:10, 17:10, 18:30)를 타고 도암초등학교에서 하차한다. 약 1.2km 걸으면 소석문 등산로가 나온다. 버스비는 1,000원. 하산할 때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등산로 곳곳에 개인택시 번호가 적혀 있다. 주작산자연휴양림에서 소석문까지는 1만 원, 오소재에서 소석문까지 2만 원 한다. 3~4명이 함께 이용할 경우 가격 흥정도 가능하다. 문의 개인택시(010-3644-6071, 010-2019-6477, 010-3632-7753)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