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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5년 12월호
  • 674호

등산에 음악 곁들이면 스트레스 탈출 더 효과 [척척박산 사운드스케이프 효과]

서현우
  • 입력 2025.11.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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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음악 좀 틀지 마세요.”

등산하면서 라디오나 스마트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다니는 건 대표적인 민폐 행위다. 그나마 들을 만한 노래를, 자기 귀에만 살짝 들릴 정도로 틀어놓고 다니면 괜찮다. 하지만 온갖 야단법석을 떠는 노래를 최대 출력으로 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대중가요도 아닌 뭔가 미신적인 것 같은 가사가 되풀이되는 곡이라도 나오면 더욱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상식적인 사람들은 산에서 노래를 듣고 싶으면 이어폰을 사용한다. 물론 이조차도 권장사항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산에서는 이어폰 착용을 지양하라고 조언한다. 귀를 막아버리면 외부에서 나는 소리를 못 들어 산에서 달려드는 다양한 위험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달곰이나 멧돼지가 으르렁거리는 소리, 굴러 떨어지는 낙석소리, 조심하라는 주변 산꾼들의 경고  등이다. 또 노래에 정신을 빼앗겨 낙상할 수도 있다. 위험은 차치하고 무엇보다 산에 와서 자연의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런데 노래를 들으며 등산하면 스트레스가 훨씬 많이 줄어든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올해 초 한국음향학회지에 실린 ‘치유적 음환경 조성을 위한 음악 기반 사운드스케이프 개발 및 검증’이란 연구다. 사운드스케이프란 특정 장소나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소리의 총체를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음악 들으면서 등산을 한 집단과, 음악을 듣지 않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등산한 집단을 대상으로 등산 전과 후의 스트레스 수치와 기분상태를 측정해 비교한 것이다. 들려주는 음악은 등산, 휴식, 하산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다. 먼저 등산할 땐 빠르지 않은 걸음 속도와 호흡 안정이 필요한 것을 고려해 보통 빠르기 템포로 긴장, 불안 해소를 위해 부드럽게 이어지는 레가토 선율을 썼다.

정상에서 휴식을 취할 땐 다른 구간보다 느린 템포를 적용했으며, 긍정적인 기분 변화를 위해 피아노 선율에 현악을 더했다. 하산할 땐 걸음속도가 빨라지므로 주제선율에서 당김음을 사용해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기분을 더 고양시키기 위해 발전부에서 높은 음역의 현악 선율을 사용했다. 이후 회복환경지각척도, 한국판 기분상태척도 단축형, 지각된 스트레스 척도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회복환경지각은 모든 요인(벗어남, 매혹감, 선호, 자기집중)에서 음악을 들은 이들이 유의미하게 좋았으며, 스트레스나 기분상태 역시 모두 일정 부분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런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앞서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음악을 들으라고 적극 권하긴 어려울 듯하다. 그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도망치듯 산에 왔을 때, 잠깐 편안한 음악을 남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홀로 들으며 걸으면 더 좋다’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또 음악이 없더라도 괜찮을 수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들려준 음악이 전반적인 기분 개선에 기여했지만, 연구 장소인 산이 제공한 우수한 자연환경 덕에 이미 강력한 긍정적 정서 유발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음악의 추가적인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나타난 것 같다는 해석이 첨부되기도 했다. 산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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