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의 이누이트족은 캐나다의 엘즈미어Ellesmere 섬에 살던 에스키모들이 최단거리인 25km 정도의 버핀만Baffin Bay을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키모라는 용어가 ‘날것을 먹는 사람들’이라며 비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이들은 ‘이누이트’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시베리아의 에스키모들이 80여 km의 베링해를 거쳐 알래스카로 들어왔고, 알래스카 북부를 지나 캐나다로 이동한 에스키모들이 캐나다 북쪽으로 향해 그린란드 북쪽으로 건너온 것이다.에스키모나 이누이트를 만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그들이 추운 겨울을 넘
모세. 그를 만난 것은 나의 행운이었다. 그는 이미 2018년에 스페인 산티아고 프랑스길을 완주했고 이번이 2번째이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프랑스 바욘역. 산티아고 프랑스 길의 출발지인 생장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바욘역에서 그와 그의 친구들이 우연히 내가 잠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배낭을 두고 떠났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이분들 유머감각이 남다르다. 덕분에 쉽게 친해졌다.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걷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들은 독일인인 토슨과 크리스토프 그리고 영국인 아드리안. 토슨
사막은 단조로운 땅. 누런 색감의 모하비사막을 직선으로 가르며 달리는 14번 고속도로. 삭막한 주변 배경이 시나브로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누가 설명하지 않지만 대지의 표정으로 레드록Red Rock 주립공원이 가까워 진 것을 알 수 있다.붉은 바위 레드록 공원은 매우 특이한 지층의 집합체. 이 독특한 표정 때문에 다양한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뿐 아니라 TV 시리즈 도 이곳의 기묘한 지층을 배경으로 삼았다. 당연히 전문 사진가들에게는 황금어장. 수만년 융기와 바람과 물에 깎인 독특한 지형
케르미Kermi(2,790m)를 출발하면서 어마어마한 염소와 양 떼를 만났다. 여름 3개월 동안 풀밭을 찾아 이동한다는 목동. 그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염소 몇 마리가 풀밭으로 향했다. 부지런히 풀을 뜯던 녀석들은 목동이 소리치고 나서야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돌아왔다. 덩치 큰 녀석들은 양쪽에 소금 주머니를 지고 다녔다. 금방 태어난 새끼 염소 두 마리를 지고 가는 녀석도 있었다.무성한 풀밭을 지나자 허름한 천막이 나왔다. 라마싱 카르카Lamasing Kharka (3,355m)다. 카르카는 목초지라는 뜻이다. 현지인들은 이곳에
인터라켄 운터젠 골프 클럽Interlaken Unterseen Golf Club융프라우의 광활한 뷰를 배경으로 알프스의 초록색 잔디에서 티샷을 날릴 수 있는 골프장이다. 18홀 규모의 이 골프장은 바이젠아우 자연보호구역 내에 있는 덕분에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코스가 특징이다. 브리엔츠호수와 튠호수 사이에 위치해 비버와 오소리 등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 당연히 잔디관리를 위해 제초제 등을 뿌리지 않는다. 캐디가 없기 때문에 직접 코스를 숙지하고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카트, 트롤리 등의 장비를 대여할 수 있으며
어제 융프라우요흐Junfraujoch를 다녀온 뒤 그린델발트Grindelwald의 숙소에 머물렀다. 그린델발트는 인터라켄과 더불어 융프라우 여행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마을이다. 인터라켄이 도시의 느낌이라면 그린델발트는 한층 더 시골 분위기가 난다. 특히 아이거Eiger(3,970m)가 바로 눈앞에 우뚝 서 있어 숙소의 침대에 누워 아이거 북벽을 바라볼 수 있는 ‘최상급 호사’를 누릴 수 있다.액티비티의 성지 피르스트오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숙소 앞에 있는 오래된 로컬 치즈가게를 먼저 들렀다. ‘몰케라이 게르치Molkerei Gert
아침에 창문을 열다 눈을 의심했다. 어제는 없던 산이 불쑥 나타났다. 며칠 동안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던 다울라기리Dhaulagiri (8,167m)였다. 스완타Swanta(2,270m)를 벗어나 맞은편 마을에 섰을 때도 입이 떡 벌어졌다. 마을 뒤로 선명한 자태의 다울라기리가 눈부시게 빛났다. 사전 정보 없이 오긴 했지만, 이 정도로 멋진 곳인 줄 몰랐다.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정해진 일정도 코스도 없었다. 지도를 보다가 새로운 곳이 눈에 들어오면, 그곳이 궁금해 코스를 변경했다. 같이한 포터 데브도 적극적이라 우리는 저녁마다
별과 은하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 뉴질랜드 남섬의 테카포호수Lake Tekapo이다. 유네스코 ‘밤하늘 보호구역Dark Sky Reserve’으로 지정될 만큼 밤하늘 별빛이 아름답다.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 만들어진 에메랄드빛 호수는 해발 700m에 위치하며 마치 넓은 바다를 보는 듯하다. 호수 뒤로 마운트 쿡Mount Cook과 서던 알프스Southern Alps산맥의 설산 봉우리들이 그림같이 펼쳐진 광활한 자연 속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곳이다. 마운트 존 워크웨이뉴질랜드 남섬 곳곳
세상의 끝, ‘카나크’로 가기 위해서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아이스 피오르드Ice Fjord의 일루리사트Ilulissat 공항에서 출발해야 한다. 작은 경비행기Air Greenland에 몸을 싣고 일루리사트 공항에서 출발한다. 북위 약 69°에 있는 일루리사트와 북위 약 77° 위쪽에 있는 카나크까지의 거리는 약 800km다. 경비행기로 약 두 시간 거리이다. 카나크,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도시카나크는 그린란드의 북서부에 있는 도시로서, 옛 이름은 툴레Tule였다.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도시로 기원전 2000년경 에스키
코로나 시국, 3년 만의 해외취재이다. 지난해 12월, 출발 하루 전 오미크론 확진자 발생에 의한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시행으로 어이없이 취소했던 그 스위스 융프라우Jungfrau이다. 백신 접종자에 대한 해외 입국 시 자가격리 의무가 해제되면서 다시 기회가 왔다.이번엔 준비할 것이 거의 없었다. 지난 12월에는 백신접종증명서와 PCR 음성증명서, 백신패스, 사전입국등록 등 서류 준비에만 2주일 정도가 걸려 출반 전 이미 진을 다 빼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달랑 비행기 표와 여권뿐이다.인천공항에서 출발, 16시간의 비
문명과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아내와 함께 지난 2019년 4월 이집트, 터키, 그리스를 거쳐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영화 를 통해 잘 알려진 십자가에 못 박혀 끔찍한 수난을 당한 예수의 생애와 흔적, 가르침을 찾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 서안지구를 구석구석 찾아 다녔다.처음 도착한 곳은 이스라엘 최대 산업도시이자 지중해 항구 도시인 하이파다. 인근 바닷가에는 높은 칼멜산이 솟아 있다. 여기서 바라본 지중해 연안, 하이파 시내와 눈이 시린 지중해 쪽빛 바다는 황홀하다. 시간과 이유는 다르지만 이곳 칼멜산을 지나
세상에! 이런 거대한 꽃밭이 존재하다니. 평생 이런 꽃천지를 본 적이 없다. 정말 미국은, 땅과 사람 코만 큰 게 아니다. 오랜 여행 파트너인 정임수 시인을 앞장 세워 찾은 야생 양귀비인 파피꽃 군락지 첫인상이 그랬다.캘리포니아 앤틸로프 밸리에 위치한 파피 보호구역Antelope Valley California Poppy Reserve이 바로 그곳. ‘파피(야생 양귀비)가 피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읽고 정 시인을 재촉해 차를 달렸다. 조급증에 길을 나섰으나 마지못해 따라나선 정 시인은 부정적이다. 아직 기대한 만큼 꽃 개화가 안 되
페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추픽추, 와카치나사막, 나스카 그리고 요즘 들어서 SNS에 많이 등장하는 무지개산 비니쿤카 말고 조금 색다른 명소를 추천하자면 우아스카란국립공원Huascaran National Park이다. 특히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페루에서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소이다. ‘남미의 스위스’로도 불리는 우아스카란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안데스산맥 중앙에 위치하고 우아스카란(6,768m), 알파마요(5,947m) 등 해발 5,000m 이상의 고산이 즐비하고, 600여 개가 넘는 빙하와 그 빙하
“새들이 지저귀는 저 소리는 포름한 연두색이다 / 땅에선 물컹물컹 솟아나는 상큼한 흙 내음나뭇가지들마다 분홍 꿈을 키우고 / 살짝 고개를 들면 어디선가 다가오는 / 향기로운 꽃내음 봄이 오는 소리 // 바람이 속삭이는 저 소리는 무지개 일곱 색이다 / 숲 속에 휘파람이 번져나는 향긋한 봄내음 / 나뭇가지들마다 분홍 꿈을 키우고 / 살짝 고개를 들면 어디선가 다가오는 향기로운 꽃 내음 봄이 오는 소리” -류지연의 ‘아빠와 동요 파티’-봄이 오는 소리는 어떨까? 봄을 맞는 아리따운 아가씨는 어떤 마음일까? 온 천지가 얼고 하얀 눈으로
산 이름이 맘모스Mammoth(3,369m)이기에 고생대 공룡들이 뛰어 다니던 곳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메인 로지Main Lodge 앞에는 맘모스 조형물이 정상을 향해 거대한 상아를 치켜들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맘모스와는 전혀 관련 없는 곳. 맘모스라는 명칭은 이곳에서 땅을 파내던 광산회사 이름. 광산은 망해 없어졌지만 시나브로 진짜 맘모스가 태어났다. 높이 3,300m가 넘는 산 정상에서, 산 아래 호텔까지 곤돌라가 거미줄처럼 연결된 거대한 스키장이 그것이다. 당연히 산간마을 맘모스시市도 생겨났다. 시에라산맥 봉우리 중 맘모스는
마르디 히말Mardi Himal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촘롱Chhomrong(2,170m)에서 추일레Chuilre(2,245m)까지는 반나절이면 되지만, 이쯤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러 날 전투하듯 걸었으니 어느 한 날은 느긋하게 보내고 싶었다. 점심으로 감자튀김과 값비싼 맥주를 주문했다. 야외 테이블에서 물고기 꼬리를 닮은 마차푸차레Machapuchre(6,997m)를 바라보며, 천천히 맥주를 음미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한껏 여유를 부렸다. 히말라야에서 실패하지 않
페루의 쿠스코에서 차로 한 시간쯤 가면 만년설 봉우리들이 펼쳐지고 그 앞의 계곡에는 강을 따라 자그마한 마을들이 자리한다. 강의 이름은 잉카의 젖줄이라 부르는 우루밤바Urubamba. 우르밤바강은 피삭, 우루밤바, 오얀타이탐보를 거쳐서 마추픽추를 지나 흐른다. 쿠스코를 중심으로 약 50km 반경 안에 있는 우루밤바강 유역을 ‘성스러운 계곡Sacred Valley’이라고 부른다.잉카의 성스러운 계곡은 쿠스코, 마추픽추와 함께 잉카제국의 심장을 형성했던 지역이다. 이곳에는 거대한 고대 도시 흔적과 수많은 유적지가 있고, 잉카의 전통문화
콜럼버스는 흔히 아메리카대륙 발견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아메리카는 원주민들이 바글대던 땅이었다. 따라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했다는 건 유럽인 시각일 뿐이다.그런 착시 현상은 콜럼버스가 더 심했다. 죽자 사자 70여 일 대서양을 건너 온 콜럼버스는 고대하던 ‘인도’ 땅을 만난다. 그는 그 땅이 원래 자신이 목표했던 인도로 착각했던 것.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끝도 틀리는 법. 우리와 같은 몽골리언 원주민을 만나자 ‘인도인Indian’으로 확신했다. 그리하여 인도가 어딘지 상상도 못 했을 원주민들이 졸지에 인디언이
바하로 가는 길은 너무나 쉬웠다. 티후아나 미국~멕시코 국경에 지그재그 형태로 만든 바리케이드 통로를 따라 천천히 운전하며 통과한 시간은 불과 30초. 국경경비대 군인과 세관원이 지키고 있었지만 아무도 차를 멈추지 않았다.건강할 때 배낭을 메고, 나이가 들면 차로 세계를 누비려는 내 계획은 코로나19로 완전히 뭉개지고 말았다. 그래서 당장 여행이 가능한 곳부터 하나씩 가보기로 하고 지도를 살피던 중 눈에 들어온 곳이 멕시코 땅 바하 캘리포니아Baja California다. (참고로 바하반도 여행의 필독서는 문Moon 출판사의 바하
미국 로스앤젤레스LA라는 거대한 도시 인근에 ‘발디’라는 산이 있다. LA에 거주하는 한국 산악인들에게 발디는 북한산으로 불린다. 발디 높이가 3,068m이니, 835m에 불과한 북한산과 비교할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발디와 북한산을 굳이 비교한 건 산악인들의 애정이다. 서울의 산악인들이 북한산을 사랑하는 만큼, LA 산악인들도 발디를 사랑한다. 거의 서울 전역에서 북한산을 볼 수 있듯 발디봉 역시 그렇다. 특히 겨울철 눈 쌓인 발디 정상은 LA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공식 산 이름은 샌안토니오Mt. San Antonio.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