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산악부 재학생들의 남미 최고봉 6,962m 등반기캠프3에 있던 선배들이 해가 뜨자 캠프2로 모두 무사히 내려왔다. 선배들의 하산도 걱정이었지만, 사실 내 코가 석자였다. 이틀 내내 머리가 깨질듯 아팠다. 벽래 선배가 함께 내려갔다. 신기하게도 고도가 낮아질수록 컨디션이 점점 회복되었다. 그렇게 울면서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가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이 길을 다시 올라와야 할 두려움과 다시 오면 적응하여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날씨가 좋지 않다. 1월 6일부터 정상에는 시속 80~100km의 강한 바람이 예보되어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하고 이번에 28번째 겨울을 맞이했다. 20여 년간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선수(빅에어,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로 지내다가 지난 2014년부터 백컨트리와 파우더신Scene(자연설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것) 스노보딩에 깊게 빠졌다. 인공설 구조물과 인공설에 덮인 산을 떠나 대자연 속 자연설을 찾아 헤맨 지 여러 해가 지났다. 눈이 있는 지역이라면 시베리아 벌판일지라도 자연설에서의 파우더 라이딩을 위해 꼬박 이틀을 이동해 가며 스노보딩을 해오고 있다. 코로나 시기가 풀리고 일본 입국 제한이 없어지면서 나의 관심
루이스호수Lake Louis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곳’에 선정될 만큼 캐나다 로키에 있는 300여 개 호수 중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빙하호수이다. 연간 100여 만 명이 찾아오는 캐나다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루이스호수는 빅토리아산(3,464m)에 있는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여 만들어졌다.루이스호수는 멀리 곤돌라 정상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높은 산 중턱(해발 1,600m)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폭은 약 300m, 길이 약 2.4km인 이 호수는 빙하에 침식돼 움푹 파인 곳에 빙하 물이 흘러들어 생긴 빙하호수로
지구의 역사를 한눈에 보는 지질시대 중에 신생대는 지질시대 구분 중 가장 가까운 시대로, 중생대가 끝난 6,600만 년 전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가리킨다.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 시기로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를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 충적세沖積世라고도 한다.마지막 빙기가 끝나고 간빙기에 들어서 지구가 따뜻해진 시기로, 유럽 대륙에 있었던 빙상이 없어졌을 때부터를 홀로세로 정의한다. 1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구 평균 온도의 변동 폭을 살펴보면 -20℃(빙하기)에서 0℃ 사이에 있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런
오랜만에 만난 선배님들과 얘기도 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OB원정대 황태웅 대장님을 비롯한 졸업생 선배들이 하이캠프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 구글맵의 여러 갈래길을 손으로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해줬다. 하산길이 따로 있다며 길을 잘못 들지 말라고 주의까지 해주셨다. 베이스캠프에서는 캠프1, 2, 3이 보이지 않는다. 베이스캠프 어디에서나 고개를 들면 하이캠프로 오르내리는 사람이 보인다. 우리처럼 정상을 향해 가는 사람도 있지만 캠프에서 캠프로 짐을 옮기는 포터도 있다. 정말 천천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한 발 한 발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동서로 관통하는 루트가 있다. 이른바 ‘그레이트 히말 트레일GHT’이다. 부탄에서 네팔·티베트·인도·파키스탄까지 이어지며 길이는 약 4,500km에 달한다.네팔 내에서는 칸첸중가에서 시미코트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1,700km, 등반 기간은 150일 내외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 루트의 횡단에 성공한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나는 30년간 네팔의 고산 오지를 꾸준히 탐방해 왔다. 네팔의 GHT에 해당하는 지역을 대부분 다녀왔다. 물론 몇 군데 빠진 곳이 있다. 이번에 다녀온 셀파니콜이 그중 하나다.혼곤-양
아침부터 난관이다. 술을 잔뜩 마신 것마냥 빙글빙글 돈다. 고소 증세가 갈수록 심해진다. 이럴 땐 누우면 머리가 더 아파서 상체는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이게 진짜 미친다. 머리는 아프고 몸은 피곤한데 앉아서 자야 한다는 게 미칠 지경이다. 고소 적응을 위해 남벽 베이스캠프인 4,100m까지 산행에 나섰다. 해발 3,500m에서 호선이형의 컨디션 악화로 잠시 운행을 멈추었다. 기다려도 괜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대장이 남아 호선이형의 상태를 체크하기로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출발했다. “베이스캠프까지 가면 너무 오래 걸려. 오후 4시
12월 23일. 두 번의 경유를 견뎌내고 남미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멘도사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서 조벽래 선배를 만났다. 남극 빈슨매시프 등반을 마치고 엘 찰튼El Chalten 트레킹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먼 타지에서 보니 더욱 반가웠다. 인터넷을 통해 올려준 남극 사진처럼 밝은 얼굴이었다. 벽래 선배님과 합류하여 멘도사라는 도시로 출발했다. 아콩카과를 가려면 거쳐야 하는 도시이다. 멘도사 공항에서 드디어 재학생 원정대 대장인 조현세 선배를
정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12월 2일 출국한 남극 빈슨매시프 원정대가 12월 14일인 오늘 남극 빈슨 정상에 등정해 동아대산악회 7대륙 최고봉 피날레를 성공했다는 소식이다.“염려하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다우악기를 정상에 올렸습니다.” 남극에 도착한 후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조벽래 선배는 동아대산악회 밴드에 동아대산악회기인 다우악기를 들고 정상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소식을 올려주셨다. 하얀 설산 위에 산악회 회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선배님을 보니, 전에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상에서 회기를 들고 있을 때 사진이 잘
아콩카과 YB(재학생) 원정팀를 꾸린 건 올해 9월이었다. 원래 비행기 값부터 만만치 않게 비싸고, 재학생 시험 기간과 원정 기간이 겹쳐, 현실적으로 갈 수 없었다. 하지만 동아대산악회 18학번 조현세 선배를 중심으로 “재학생도 가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직항이 아닌, 경유 노선을 택해 저렴한 비행기편으로 원정비용을 줄이고, 시험기간을 피해서 재학생 원정대만의 일정을 잡아 YB원정팀이 꾸려졌다. 대원 모집 소식을 듣고 나와 동기인 21학번 이수지, 재학생 회장인 19학번 이호선 선배가 동참했다. 반가운 손님인 영남대 탐험대 18학번
우리는 아마존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1970~1980년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기사와 영상으로, 30대는 라는 책을, 그보다 젊은이들은 지상파에서 방영한 ‘아마존의 눈물’ 다큐멘터리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아마존을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바로 순수하고 신비로운 자연과 원시, 그 자체다.대부분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아마존의 이미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 하지만 실제 아마존은 다소 다르다. 과학과 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아마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
로키산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지난 8월, 캐나다에서는 1,000여 곳에서 통제 불능 상태로 산불이 번지고 있었다. 피해 면적 14만㎢, 남한 면적의 1.4배. ‘지구온난화’로 인해 캐나다의 숲이 매우 건조하고 메말라서 그 ‘숲’이 불쏘시개가 돼 순식간에 번졌던 것. 지구상의 탄소를 저장하고 흡수해야 할 캐나다 숲이 산불로 인해 탄소를 배출하고, 그 연기(스모그)는 인류의 건강에 큰 재앙으로 다가온다. 당시 캐나다 산불 연기는 대서양을 넘어 온 지구로 퍼지는 중이었다. 메마르고 건조한 숲이 불에 타고, 그 산불은 탄소를 배출하고 ‘지
존뮤어트레일을 마치고 바로 그랜드서클 탐험에 나섰다. 미국 서부 여행의 핵심 루트라고 할 수 있는 미국 3대 협곡인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자이언 캐니언Zion Canyon,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을 ‘그랜드서클’이라고 부른다. 3대 협곡 모두 미국의 국립공원이고 협곡들은 저마다의 색과 모습이 다르다. 야성미 넘치고 장엄한 그랜드 캐니언과 자이언 캐니언이 남성적이라면 브라이스 캐니언국립공원은 규모가 작고 여성적이면서 섬세하다.브라이스 캐니언국립공원은 해발고도 2,400m에 수천 년 동안 바람, 빙하, 물
하늘을 찌를 듯한 첨봉, 소들이 뛰어다니는 푸른 초원. 200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유럽 하이커들의 성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하얀 산봉우리가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꾸는 이곳은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다.돌로미티산맥에는 프랑스의 뚜르 드 몽블랑TMB과 더불어 유럽을 대표하는 장거리 트레일이 있다. ‘높은 길High Route’라는 의미의 알타비아Alta Via가 그 주인공인데, 난이도와 코스에 따라 1~10까지 10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알타비아1은 가장 대중적이고, 쉬운 편이다.알타비아1은 도비아코 근처의 브라이
“넌 어쩌다 대학 산악부에 들어갔어?”주변 사람들이 내게 자주 건네는 질문이다. 나는 친구 따라 왔다. 그저 같은 학과 동기인 수지를 따라 가입했다. 다른 산악부 사람들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왔다’거나 ‘볼더링을 즐기기 위해’, ‘부모님이 산악회였던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등 각자의 이유가 있었지만, 나는 딱히 큰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선배들과 산을 다니면서, 가입을 후회해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동아대 대학산악부에 가입하기 전엔 산 정상의 정상석 조차 본 적 없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산이란 존재는 없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꿀맛 같은 휴식시간 중에도 마음 한편은 쓸쓸했다. 이제 다시 산으로 간다. 맘모스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보는 풍광은 아름답다. 내일부터는 저 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 행복 끝! 고생 시작! 그래도 가슴이 떨리는 건 뭘까?가져 갈 음식과 가스를 구입하고 나니 해가 기울었다. 캠핑장도 시간이 늦어서 오피스에 직원이 없다. 온라인으로 예약과 체크인을 하고 텐트를 치고 나니 세상은 어둠에 갇혀 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저녁은 다시 라면이다. 내 삶에 존뮤어트레일을 걸을 때처럼 많은 라면을 먹은 적은 없었다.며칠 만에 텐트에 누우니 맘이
호기심이 재산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고 길을 떠난다.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를 택했다. 작은 길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길이 없거나 멀어도 접어서 대중교통편에 실으면 된다. 목적지는 홍콩.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지만 와 닿지 않는다. 자전거 여행자는 도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아무리 책상 앞에서 설계해 봐도 현실감이 없고 머리가 아프다. 일단 현지에 가야 정리가 될 것 같아 시작점만 결정하고 떠났다. 홍콩공항에 내려 공항철도를 이용해 구룡역으로 갔다. 가장 저렴한 숙소다. 침사추이 뒷골목 호텔. 미로
“We give up포기합니다.” 8월 1일 17시 47분, 등반조가 위성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이 소식을 상준, 민건이에게 전하고 곧바로 답장을 입력했다.“Okay, good choice그래. 좋은 선택이야.”우리 원정대가 노스 하우저 타워(3,398m) 서면에 있는 암벽등반 루트인 All Along the Watch Tower(이하 워치타워) 등반을 위해 베이스캠프를 떠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자, 등반조가 지원조와 헤어져 워치타워로 출발한 지 약 12시간째 되는 시각이었다. 내가 ‘good’이라는 표현을 선택하기까진 오래 걸리
‘우키요에浮世絵’는 일본 에도시대江戶(1603~1867)에 유행했던 화풍의 일종이다. ‘뜬세상, 덧없는 세상’을 뜻하는 ‘우키요浮世’ 의미 그대로, 속세 사람들의 일상이나 풍경, 풍물 등을 그린 풍속화를 일컫는다. 목판화 형태로 당시 서민층에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20년 만에 지폐 디자인을 바꾸는 일본이 2024년 상반기에 선보일 1,000엔 신권 뒷면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키요에 한 점이 실린다. 에도 말기의 목판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작품 ‘가나가와 오키나미 우라神奈川沖浪裏’이다. 제목을 직역하면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
우리나라 여행사들은 후지산 등반 경우 대부분 1박2일 후지노미야 루트를 이용한다. 4개 루트 중 가장 가파르지만 거리와 소요 시간이 가장 짧기 때문이다. 여행사 입장에선 패키지 팀을 이끌기에 편리하고 효율적인 코스인 셈이다. 첫날 오후에 고도 400m를 올라 해발 2,800m 산장에 투숙한 후, 다음날 이른 새벽에 출발해 정상에서 일출을 맞는 여정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후지산 등반에는 여행사 패키지보다는 개인 자유여행으로 요시다 루트를 이용하는 게 여러 면에서 훨씬 좋다. 2022년 후지산 등반객 수는 16만 명이었고, 금년엔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