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에서 강원도는 감자국, 제주도는 감귤국이라고 한단다. 특산물을 따서 친근하게 부르는 듯하다. 마찬가지로 웨스트버지니아도 별명이 있다. ‘마운틴 스테이트’, 산 주다. 애팔래치안산맥이 통과해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과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이 밀고 있는 별명은 사실 따로 있다. ‘천국 같은Almost Haven 이곳’ 이다. 맞다. 존 덴버의 노래 ‘Take me home country road’의 첫 구절이다. 노랫말처럼 산과 강이 가져다주는 풍광은 정말 천국에 가깝다. 겹겹이 쌓인 산과 그 사이
대지가 움터 올랐다. 에드먼턴에서 이어진 4시간에 걸친 로드 트립에 지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누런 평면만 가득했던 세상에 질감이 부여돼 있었다.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거대한 공룡의 찢어지는 괴성을 지르고 있을 것만 같은 암벽이 어느새 눈앞에 우뚝 솟았다. 만년설을 뒤집어 쓴 대암벽 사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자 에메랄드빛 빙하호수와 바짝 스크럼을 짠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황홀한 대지, 캐나다 재스퍼국립공원이다.재스퍼 Vs 밴프재스퍼국립공원은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주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서부를 가로지르는 로키산맥
캐나다 앨버타주의 주도 에드먼턴은 대부분의 북미 여행자들에겐 그저 거쳐 가는 도시다. 환승을 위해 하루 정도 머물면서 호텔 주변을 산책하는 정도다. 애초에 관광 도시도 아니다. 1800년대 모피 무역과 1947년 이후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을 기반으로 성장한 산업 도시다.그렇다고 해서 호텔 로비에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 도처에 숨은 매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벽화로 새롭게 변신한 올드 스트라스코나의 사람 냄새 나는 작은 가게들, 캐나다의 옛 개척자들이 자연에 진 빚을 갚고자 노력하는 엘크아일랜드국립공원, 현지인들
‘최근 캐나다에서 선주민 아동 유골 1,100구가 발견됐다. 19세기 캐나다 정부의 강제 동화 정책으로 세워진 선주민 대상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학대·학살의 근거로 추정된다.’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최소 15만 명의 선주민 아동들이 강제로 기숙학교에 배정돼 유럽 문화를 배웠다고 한다. 2년 전 우연히 읽은 이 뉴스는 마치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는 듯해 기억에 남았었다. 게다가 캐나다다. 평화롭고 차별 없으며 다양한 문화를 잘 존중해 ‘미국이 문화의 용광로(멜팅 팟)라면 캐나다는 모자이크’란 말이 있을 정도인 나라에서 그런
빙하계곡 속으로 급선회로키산 주변을 선회하던 헬리콥터가 갑자기 푹 파인 빙하계곡으로 돌진한다. 로키산 정상으로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빙하계곡 중턱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10여 년 전, 헬리콥터로 스위스 알프스의 심볼 마테호른 정상(4,478m)에 올라갔을 때, 바위 능선을 따라 정상에 접근했는데 바위 능선과 헬리콥터가 마치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나도 모르게 운전석의 어느 부분을 잡았을 때, 당시 조종사가 손을 뿌리친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빙하 벽에 부딪힐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조종사는 기수를 둥글게
사흘째 새벽 4시 기상이었다. 눈꺼풀은 무거웠고, 잠자리는 포근했다. 이틀 동안 사진은 충분히 찍었고, 다 가본 코스였다. 일어날 필요는 없었지만, 산장을 나섰다. 어제 찍은 일출 사진은 꽤 만족스러웠다. 더 나은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듯 몸이 움직였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가는 초승달. 깔끔하고 날카로운 어둠이었다. 사방이 막막했으나 목도가 있었다. 고산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이어 만든 산길. 폭 50cm의 목도가 철길처럼 사람을 인도한다. 10분쯤 걷자 어둠에 익숙해졌다
봇카는 오제국립공원 내의 여러 산장으로 짐을 나르는 등짐 배달부다. 일본 내에서도 오제국립공원에만 있는 직업으로, 50~100kg에 이르는 짐을 지게에 쌓아 배달한다. 우리나라에는 ‘행복의 속도’라는 EBS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이가라시 히로아키는 2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이곳에서 2년 동안 함께 일한 봇카 후배 노조미씨와 결혼했다. 그는 가장 먼 곳의 산장에 배달을 가는 길이면, 일찍 출발해 위험 구간에서 기다렸다가 노조미씨가 무사히 지나는 걸 본 후에야 자신의 짐을 날랐다. 결혼 후 지금은 히로아키씨만 봇카로 일
5대째 대를 이어 산장을 운영하고 있다. 야마노하나산장은 오제가하라 습지 입구에 있다. 하토마치고개에서 3.3km 1시간을 걸으면 닿는다. 지금 사장인 하기와라 키요히코씨는 4년 전부터 산장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로 부친의 건강을 염려해, 아들인 하기와라씨가 가업을 물려받은 것. 지금 이 자리에선 1990년대부터 운영했으며, 그 이전부터 오제 습지 일원에서 산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야마노하나는 산의 능선을 사람 얼굴로 봤을 때, 코에 해당하는 부분을 말한다. 뒷산인 시부츠산의 코를 딴 이름이다.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적었으나 작년
시작은 우연이었다. 우연히 누군가 오지탐사대 활동을 소개해 주고, 우연히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우연히 ‘나도 도전해 볼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 우연의 순간이 겹쳐 그 위에 내 간절함이 얹어진 순간, 오지탐사대를 향한 꿈은 필연이 되었다. 6주간 국내 각지 산을 오르며 탐사를 위한 몸과 마음을 준비하고 7월 22일 드디어 출발하게 된 인도. 하지만 탐사 첫 발부터 쉽지 않았다.인도 타임을 들어보셨나요?인도로 향하는 길은 멀었다. 탑승 예정이었던 인도행 항공편이 결항되어 공항에서 10시간을 대기했다. 결국 태국을 경유해
산이 좋아서 시작한 산악회, 그 계기로 알게 된 오지탐사대. 산을 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오지탐사대 모집에 덜컥 합격했다. 너무나 감사했고 내 몸은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그 열정을 가지고 ‘큼직한 산타’팀 대원들과 함께 6주간 영남알프스부터 설악산까지 매주 국내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우즐로바야 탐사가 가치 있는 경험이 되려면 우리 스스로 그 의미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다짐하며 7월 21일부터 8월 11일까지 카자흐스탄 우즐로바야 탐사를 다녀왔다.우리의 첫 행선지는 푸르마노바Furmanova(3,029m)였다. 일리 알라
딱 10년 전인 2013년, 난 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 대원이었다. 그때 처음 아웃도어를 접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나는 지도위원으로 다시 오지를 찾게 됐다.오지탐사대는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활동을 한다. 단순하게 산 한 개 등정하는 걸 목적으로 탐사를 다녀오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는 대원 하나하나가 정말 귀하고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대원들이 모여 팀의 색깔이 정해진다. 우리 팀 대장님은 설악산에서 오랫동안 구조 활동을 하신 안명득 대장님이셨다. 그래서 종합 훈련을 제외하곤 주로 설악
미국 캘리포니아의 백두대간, 시에라네바다산맥은 몇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산중 호수로는 북미에서 가장 큰 타호호수Lake Tahoe가 있다.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 휘트니Mount Whitney(4,421m)를 품고 있다. 650km가 넘는 이 산맥의 동쪽을 이스터 시에라로 부른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잡스가 가장 사랑했던 산맥이다. 산이 높고, 깊고, 험하기에 1912년까지도 미지의 지역이 존재했던 곳이다. 존 뮤어 트레일JMT은 이스턴 시에라 산과 호수를 따라 이어진다. 수채화 속을 걷는 화첩기행이 되는 것이다. 비숍패
지난 편에는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을 북진하며 크랩트리 메도Crabtree Meadow에서 왕복으로 휘트니산 산행이야기를 담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세계의 수많은 백패커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존뮤어트레일을 선택하는지를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3,000m가 넘는 패스를 하루에 1번은 넘어야 하는 힘든 고난의 시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걸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차다.포레스터 패스를 넘다새벽 1시 기상. 30km가 넘는 길을 다녀오고 잠시 텐트
로키산맥은 북아메리카 서부에 있는 산맥으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미국의 뉴멕시코주까지 남북으로 4,500km에 걸쳐 뻗어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원을 제외한 가장 넓은 면적(325㎢)을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3,000여m 높이의 로키산 정상에는 컬럼비아 대빙원Columbia Icefield이 있다. 이번에는 컬럼비아 대빙원을 헬리콥터에 탑승해 하늘에서 관측했다. 빙하와 폭포와 빙하계곡 등 ‘지구온난화 현장’을 생생하게 탐방하기 위해서였다.창밖에 내리는 보슬비가 헬리콥터 창문을 가리고 있어 제대로 운항할지 걱정이 된다. 300
가을이 오면 고향생각이 간절하다. 찬바람이 오면 향수가 깊어진다. 고향이란 정서는 시와 노래의 단골 소재다.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Take Me Home Country Road’도 미국인의 향수를 잘 표현한 곡 중 하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웨스트버지니아의 산과 강이 생각나는 노래다.웨스트버지니아의 ‘하퍼스 페리Happer’s Ferry’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이란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마을이다. 그만큼 옛 미국의 정서를 한껏 누릴 수 있다. 워싱턴 D.C에서 시골길을 따라 두어 시간쯤 걸리는데 도
하구로산 삼나무숲길수백년된 삼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일본은 산악신앙이 발달했다. 초카이산이 위치한 야마가타현에도 데와삼산出羽三山이라 하여 산악신앙으로 받들어지는 3개의 산이 있다. 하구로산羽黑山, 갓산月山, 유도노산湯殿山이 그 주인공이다.데와삼산은 동북지방 산악신앙의 본산이다. 특이하게도 하구로산에 갓산과 유도노산의 신사를 합친 ‘데와삼산신사’가 있는데, 갓산과 유도노산에는 겨울철 정상부 적설량이 20m가 넘어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하구로산에 3개 산의 신사를 합친 것이다.하구로산 하이킹 코스는 약 2.5km로 넉넉잡아 1
미바튼Myvaton 주변에는 여러 개의 칼데라Caldera가 있다. 화산폭발이 있었던 산꼭대기에 있는 원형 홀Hole이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성산일출봉도 같은 칼데라다. 잔잔한 호수에 비친 반달 형태의 산 그림자가 이채롭다. 평화롭게 유영하는 미바튼호수의 백조들을 감상하며 거닐 때, 반쯤 잘려나간 산과 마주쳤다. 마치 칼로 베어낸 듯 뚝 잘려나갔다. 그 반조각의 단면은 검은 화산재에 덮여 시커멓다. 가까이 다가가니 경사진 면에는 용암 무더기가 있었다. 조각난 산을 돌아서 능선에 오르니 푹 꺼진 둥근 형태의 칼데라가 있었다. 중심에도
신인상을 받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신인상은 딱 한 번만 탈 수 있는 귀중한 상이다. 다만 그것을 당당하게 받을 수도 있고, 앞으로 잘하라는 채찍질로 여길 수도 있다.이렇게 복잡미묘한 감정인 것은 우리의 첫 원정이 성공과 실패가 중첩돼 있는 상태기 때문일 것이다. 원정기라 쓰고 생존기, 혹은 반성문이라 읽는다. 아직 어느 것이 성공이고, 실패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부가부, 북미 최고의 알파인 등반지새벽 4시, 눈을 떴다. 어슴푸레한 달빛에 의지해 텐트 밖으로 나갔더니 높게 뻗은 침엽수림 사이로 군데군데 눈이 덮인 바위산이 보였
산사람과 자연인에게 존 덴버(1943~1997)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Take Me Home Country Road’는 애창곡 중 하나일 것이다. 가사는 웨스트버지니아의 자연을 보여 주지만, 듣는 이들은 모두 저마다 고향의 자연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는다.애팔래치아 산들로 꽉 들어찬 웨스트버지니아는 노랫말처럼 거의 천국에 가깝다. 블루리지 산들을 지나고 섀넌도아 강을 건너면 웨스트버지니아로 들어선다. 이곳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향이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개발이 가장 늦다. 순수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 있는 곳이다
“여동생이 한국에서 JMT를 하러 오는데 함께 가실래요?”태미 김의 전화를 받은 건 6개월 전의 일이다. 허가 받기가 정말 어렵다는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 이름을 줄여 JMT라 부른다. 맘모스호수를 들머리로,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날머리로 하는 구간을 함께 가자는 말. 눈에 밟혔던 풍경이 떠오르는 순간 무조건 OK. 로스앤젤레스에는 40년을 이어 온 재미한인산악회가 있다. 수많은 산악회들 사이에서도 빡세다고 소문 자자한 정통 모임. 그 산악회에서 유일하게 여성 회장을 역임한 ‘태미 김’의 전화였다. 그녀는 JMT